![]() |
| 비트코인은 일부러 불완전하고, 이더리움은 일부러 완전하다 |
거래소에서 코인 옮길 때 제일 흔한 장면이 있어요. “비트코인이랑 이더리움, 뭐가 더 좋은 거예요?” 하고 묻는 거죠. 근데 이 질문, 방향이 살짝 틀어져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는 “기술력 우열”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나”의 차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이 스마트 계약을 못 하는 걸 “기술이 부족해서”로 아는데,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제한한 쪽에 가깝습니다.)
1. 이더리움과 이더는 다르다
대화할 때 “이더리움 샀어요”라고 하지만, 엄밀히 보면 두 단어가 역할이 달라요.
- ✅ 이더리움(Ethereum): 프로그램(스마트 계약)을 올려서 돌릴 수 있는 플랫폼/네트워크
- ✅ 이더(ETH): 그 네트워크에서 수수료(가스)와 가치 이전에 쓰이는 네이티브 자산
그래서 “이더리움 위에서 이더(ETH)를 쓴다”가 더 정확한 그림입니다.
2. 튜링 완전성은 ‘뭐든 계산 가능’의 대가가 있다
튜링 완전(Turing-complete)이라는 말은 요약하면 이거예요.
- 조건문/반복문 같은 걸 조합해서 이론적으로 어떤 계산이든 표현 가능
- 대신, 프로그램이 언제 끝날지(혹은 안 끝날지) 미리 완벽히 판별하는 건 원천적으로 어렵다(현실 시스템에서는 리스크로 번역됨)
이더리움은 이 “뭐든 실행 가능” 쪽으로 설계를 밀어붙였고, 비트코인은 아예 거기서 한 발 물러났습니다.
3. 비트코인은 ‘검증이 끝나는 시스템’에 집착했다
비트코인 쪽 스크립트(Bitcoin Script)는 의도적으로 단순합니다. 반복문(루프)이나 goto 같은 흐름 제어를 제한해서, 스크립트가 항상 유한 시간 내에 끝나도록 설계를 잡아둔 형태예요.
블록체인은 “전 세계 노드가 같은 결과로 검증”해야 굴러가는데, 검증이 길어지거나 멈추면 그 순간 네트워크가 흔들리거든요. 비트코인은 범용성을 포기하는 대신 예측 가능한 검증을 얻었습니다. 즉, 비트코인의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설계 철학입니다.
4. 이더리움은 ‘글로벌 가상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더리움 쪽은 노선을 정반대로 탔습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동일한 상태(state)에 합의하고, 그 위에서 코드가 실행되는 글로벌 가상 컴퓨터(EVM)를 전제로 합니다.
- 👉 계약 로직을 코드로 고정하고
- 👉 실행 결과를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재현하고
- 👉 상태를 계속 쌓아가며(=저장하며) 앱처럼 운영
이런 그림이 가능해지죠.
5. 그래서 ‘가스’가 붙었다: 무한 루프를 돈으로 막는다
튜링 완전 시스템의 고질병은 하나입니다. “무한 루프가 돌면 네트워크가 멈추는 거 아닌가?” 이더리움은 이걸 가스(Gas)로 처리합니다. 모든 연산에 비용표를 붙여서, 트랜잭션마다 “여기까지만 실행”이라는 가스 한도(gas limit)를 강제로 둡니다.
정리하면, 이더리움은 “자유롭게 실행하되, 끝까지는 돈으로 통제”하는 모델입니다.
6. 숫자로 보면 철학이 더 선명하다
| 구분 | 비트코인 | 이더리움 |
|---|---|---|
| 발행 한도 | 21,000,000 BTC | - |
| 블록 간격 | 10분(600초) | 12초 슬롯 |
| 목표 | 안정적 가치 이전 | 튜링 완전 실행 + 상태 저장 |
숫자가 말해주는 건 간단합니다. 비트코인은 “통화 시스템의 안정적 리듬”, 이더리움은 “컴퓨터 시스템의 실행 리듬”에 더 가깝습니다.
7. “비트코인은 뒤처져서 못 한다”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을 이렇게 이해해요. “이더리움은 앱도 되는데, 비트코인은 송금만 되는 구식 코인 아니야?” 근데 비트코인 스크립트가 복잡한 로직을 막아둔 건, 검증을 단순하게 유지하려는 선택이었습니다.
우열이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깝습니다. 즉, “신뢰를 단순하게 고정”하려면 비트코인 쪽이 자연스럽고, “신뢰 위에 프로그램을 얹기”는 이더리움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8. 결국 어디에 쓰는가? 투자 얘기보다 ‘사용 맥락’이 먼저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겁니다.
- 비트코인: “누구나 빠르게 검증 가능한 단순함”이 강점인 쪽 (거대한 가치 이전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철학)
- 이더리움: “코드를 실행해도 모두가 같은 결과”가 강점인 쪽 (스마트 계약/디앱을 굴리는 철학)
그래서 시장에서도 “둘 중 하나가 이긴다”보다는, 역할이 갈라지는 쪽이 더 자연스럽게 흘러왔습니다.
지금 바로 할 행동 두 가지도 같이 정리해볼게요.
- 📌 거래소에서 출금/입금할 때 자산(ETH)과 네트워크(Ethereum 계열)를 분리해서 읽기(이름이 비슷해서 사고가 납니다).
- 📌 이더리움 트랜잭션은 “실행”이 포함될 수 있으니, 전송 전 가스 한도/수수료 구조를 한 번만 확인하기(무한 실행을 막는 핵심 장치가 여기입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