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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최고가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 |
지난 몇 달간 비트코인 시장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올해 10월 사상 최고가인 12만5,100달러를 경신한 뒤, 지금은 8만7,200달러 선에서 헤맸거든요. 높은 곳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함께 내려앉았습니다. 공포·탐욕 지수는 12월 26일 기준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극단적 공포' 상태에 진입했을 정도입니다.
이 현상이 의외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트코인의 전통적인 시장 사이클을 믿어왔던 사람들에게, 이번 움직임은 예상과 달랐거든요. 특히 연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25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는데,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예상 밖의 약세, 역사적으로 드문 현상
비트코인 역사를 보면 과거에는 몇 년간 계속 하락한 해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지난해 대비 약 9%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난 배경을 들여다보면, 과거 암호화폐 폭락 때처럼 대형 스캔들이나 산업 붕괴 신호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떨어졌을까요? 이게 바로 이번 조정의 가장 묘한 부분입니다.
전문가들, 양쪽으로 나뉜 예측
현재 비트코인의 미래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이게 더욱 관심가는 이유는 양쪽 주장 모두 그럴듯한 근거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이제 상승 국면에 진입한다"고 봅니다.
자산운용사 Jan3의 창립자 사무슨 모우는 2025년을 실질적인 약세장의 끝으로 해석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2035년까지 10년간의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낙관론의 핵심 근거는 현물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입니다.
- 스탠다드차타드, JP모건, 시티그룹: 현물 ETF를 통한 기관 투자자의 지속적인 유입이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
- 번스타인: "약 30% 조정에도 ETF 자금 유출이 5% 미만"이라고 분석.
- 시티그룹: 내년까지 비트코인이 최대 14만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
다른 한쪽은 "이제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된다"고 경고합니다.
피델리티의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 유리엔 티머는 2026년을 '가격 조정기'로 보고, 비트코인이 6만~6만5,00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더 강한 경고도 있습니다. 분석가 잰록스는 2026년 약 5만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며, 이것이 과거 약 65%의 조정폭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을까?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준의 금리 정책이 비트코인의 향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점입니다.
2026년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단 1회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보수적인 자산보다 성장성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매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경제가 약해져서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경우,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도 변수입니다. 클래리티법(디지털 자산시장 명확성 법안) 등 친암호화폐 정책이 시행될 경우, 규제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심리, 극단적 공포 상태
공포·탐욕 지수가 20점대라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거의 바닥에 있다는 뜻인데요. 역사적으로 이런 극심한 공포 구간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작용해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압박이 2026년이면 거의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어요. K33리서치의 평가에 따르면, 매도세의 정점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시장 심리가 일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주목할 세 가지 시나리오
현물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으로 급격한 낙폭 제한. 7~9만달러 대 바닥 형성 후 상반기 회복 모멘텀.
연준 금리 유지 또는 경제 악재 발생 시 6만달러대까지 하락. 극심한 공포 후 장기적 회복 단초
기관과 개인 투자자 간 의견 차이로 단기 변동성 확대.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답답한 장세.
마치며
비트코인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미묘한지 알 것입니다. 강세장의 끝인지, 아니면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을 위한 바닥인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과거처럼 "4년마다 반복된다"는 단순한 공식으로는 더 이상 비트코인의 움직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장은 기관 투자의 확대, 글로벌 금리 정책, 규제 환경, 지정학적 불안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습니다.
공포가 극심하다는 것은 기회가 있을 수도, 위험이 크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이 시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보며 참을 수 있느냐, 그리고 자신의 자금이 정말 잃어도 되는 수준인지 재점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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